소설추천 13

[책 리뷰] 정의와 양심, 용기와 신념에 대하여 <앵무새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히는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예스러운 표현을 오늘날에 맞게 다듬고 재정비한 번역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나본다. 1960년 출간 직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준 작품으로, 대한민국에서도 2003년 정식 발매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며 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주 가운데 하나인 남부 앨라바마 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젊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한 흑인 청년을 백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화자인 6살 소녀 스카웃의 눈으로 작품의 핵심이 되는 사건을 관찰하며 1930년대 ..

책리뷰 2023.05.09

[책리뷰] 가슴 뽀땃해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한모금 청량음료 같은 해갈을 선사한다. 탁월한 언어적 세공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문학평론가 정홍수)하기를 거듭해온 정지아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빨치산의 딸』(1990) 이래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

책리뷰 2023.03.02

[책 리뷰]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인간 안중근 <하얼빈>

하얼빈(양장본 Hardcover)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

책리뷰 2023.02.07

[책 리뷰] 우린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할뿐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 프랑스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 클라라 뒤퐁-모노의 소설이 국내 처음 출간되었다. 소설 『사라지지 않는다』는 2021년 프랑스 4대 문학상인 ‘페미나상’ 수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문학상과 주요 프랑스 언론과 문단,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어느 날 어느 가족에게 부적응한 아이가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부적응한’ 아이가 태어남으로 인해 삶이 변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챕터는 ‘부적응한 아이’를 제외한 세 아이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아이의 존재가 맏이와 누이, 막내의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를 담담하지만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아이의 존재는 누군가에게는 기쁨이자 전부였고, 누군가에게는 고립과 분노였다. 삶의 한가운데 그들은..

책리뷰 2023.01.16

[책 리뷰]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 <그날 저녁의 불편함>

매우 불편한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처럼 그날 저녁의 불편함만이 아니라 읽는 내내 불편했는데요. 2020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작가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의 작품 을 소개할게요. 나는 열 살입니다. 그날 이후 나는 코트를 벗지 못해요. 이야기의 배경은 네덜란드의 작은 젖소농장입니다. 10살 야스는 부모님과 두 명의 오빠,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비슷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딱히 행복할 것도, 불행할 것도 없는 매일매일이 흘러갑니다. 두꺼비를 관찰하고 젖소들을 돌보면서요. 그러던 어느 겨울날, 스케이트를 타러 호수에 간 큰오빠 맛히스가 돌아오지 못합니다. 갑작스러운 맛히스의 죽음. 그로 인해 야스를 비롯한 가족들이 큰 슬픔과 충격에 빠지는데요. 그리고 1년 반이 지나지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책리뷰 2023.01.03

[책 리뷰] 우화적인 SF <클라라와 태양>

클라라와 태양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로 꼽힌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상 수상 이후 최초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2021년 3월 3일 영국에서 가장 먼저 출간된 이 책은 현재 30개국에 판권이 팔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 연달아 출간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민음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전 세계 독자가 손꼽아 기다려 온 이번 작품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 로봇과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출간 즉시 언론의 격찬과 독자들의 열광 속에 영국 베스트셀러 1위, 미국 《뉴욕 타임스》베스트셀러 3위, 호주 1위, 캐나다 2위에 올랐다. 또한 소니 픽처스가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여 곧 영화화될 예정이다.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

책리뷰 2022.12.05

[책 리뷰] 복제인간의 사랑과 슬픔 <나를 보내지 마>

나를 보내지 마 ■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복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문제작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김남주 번역)가 민음사에서 전면적 번역 개정을 거쳐 새로운 디자인과 판형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여느 시골 학교와도 같이 평온해 보이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헤일셤’. 어느 날 루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

책리뷰 2022.12.02

[책 리뷰] 2020 퓰리처상 수상작 <니클의 소년들>

굵직굵직한 상을 수상한 책들은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쉽게 읽히지 않아 어느 정도 몰입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책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퓰리쳐상을 수상한 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합니다.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는 인종차별, 인권유린 등 쉽지 않은 주제를 한 흑인 소년의 삶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인내심과 존엄성, 그리고 구원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가 퓰리처 수상의 이유였다는데요. 과연 은 어떤 책인지 지금부터 소개하겠습니다. 간략한 줄거리 미국 플로리다 주 탤러해시. 폐허로 남겨져 있던 니콜 아카데미 쓰레기장에서 의문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이 사건으로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니클의 피해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 증언을 시작합니다. 사..

책리뷰 2022.11.10

[책 리뷰] 2011년 맨부커 수상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10년 전에 사놓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책이 있습니다. 바로 줄리언 반스의 장편 소설 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언제고 읽겠노라 책장 맨 앞에, 손이 잘 가는 곳에 늘 꽂아두었습니다. 맞아요. 마음의 숙제 같은 책이었습니다. 그러다 독서모임을 찾던 중 지역 독서모임의 책 리스트에서 를 발견하는 순간 바로 그 모임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0년 만에 마음의 숙제 같았던 책을 읽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독서모임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왜 그토록 이 책을 읽고 싶었는지, 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간략한 줄거리 소개 1960년대를 살아가는 허세덩어리인 고등학생 앤서니 웹스터와 철부지 친구들 무리에 새로 전학 온 에이드리언이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시..

책리뷰 2022.11.02

[책 리뷰] 잊지 못할 짝사랑의 기억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전작을 뛰어넘는 반전과 뜨거운 눈물. 슬픔이 가슴을 후벼 판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_독자 리뷰 중 한국에서만 누적 판매 부수 30만 부, 한국·일본·중국을 합해 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후속작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내 생애 최고의 로맨스 소설”, “이렇게 펑펑 울어본 책은 처음이다”, “공공장소에선 절대 읽지 마시오”, “사랑의 정의를 다시 쓰게 한 책”이라는 독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판매에 힘입어 일본에서도 역주행의 신화를 쓴 이례적인 기록을 남긴 소설이기도..

책리뷰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