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치조 미사키
- 출판
- 모모
- 출판일
- 2022.07.28
일본에서 열린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작품이 있습니다. 이치조 마사키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입니다. 그 작품의 스핀오프 작품이 출간됐습니다. 전작에서 중요한 반전의 키를 쥐고 있던 친구 와타나베 이즈미가 주인공이라 매우 흥미로웠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를 소개하겠습니다.
간단한 줄거리
보통의 여대생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대학생 이즈미. 뭔가 특별한 사연을 숨긴듯 매력적입니다. 새내기 후배인 나루세는 그런 이즈미를 짝사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루세는 거절을 각오하고 이즈미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이즈미로부터 뜻밖의 승낙을 받아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이미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지만, 나루세가 이즈미의 조건을 받아 들이면서 둘만의 비밀스러운 연애놀이가 시작됩니다. 나루세와의 연애놀이가 계속될수록 이즈미는 짝사랑이자 첫사랑이었던 친구의 남자 친구 도루를 잊지 못합니다. 결국 나루세와의 연애놀이도 곧 끝이 나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나루세는 좀 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려 노력하고 이즈미는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짝사랑의 아픔을 딛고 성장해 가는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눈물의 연금술사 작가 이치조 마사키
작가 이치조 마사키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습니다. 눈물의 연금술사라는 애칭도 얻었습니다. 애칭에 걸맞게 작가는 사람을 제대로 울릴 줄 압니다. 전작을 읽으며 서로를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에 서서히 젖어들듯 울었다면,, 이번 작품은 중후반부터 짝사랑의 아픔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눈물의 연금술사 답다! 작가는 이 작품의 끝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을지언정 마음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고 말입니다.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습니다. 잊으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다는 것, 그건 또 다른 희망이기도 하니까요.
스핀오프 (spin-off)의 뜻과 매력
분사한다는 뜻의 스핀오프 (spin off)는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을 말합니다. 원작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주인공이 달라지면서 이야기도 전혀 다른 전개를 맞게 됩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는 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전작에서 남녀 주인공의 친구 와타나베 이즈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전작에서는 알 수 없었던 비하인드 같은 재미와 감동을 줍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전작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떤 책을 먼저 읽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스핀오프의 가장 큰 매력인데요. 그 매력을 잘 담은 두 작품이었습니다.
잊고 싶은 게 있다면 나 자신부터 잊어봐.
첫사랑인 도루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이즈미에게 도루의 누나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잊을 수 없어 괴롭다면 우선 자신을 잊어보라고 말입니다. 나 자신을 잊을만큼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해보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목표가 생기고 목표는 인생을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이죠. 그 방법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뭔가에 괴로워할 때면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럴수록 더 괴로워지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이럴 때 나 자신에서 벗어나 나를 잊고 어떤 행동에 몰입하다 보면 괴로움도 차츰 사라진다, 멋진 생각의 전환이었습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의 두 주인공은 그 생각을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합니다. 이즈미는 첫사랑이자 짝사랑을 잊기 위해 자신을 잊고 새로운 일에 몰입합니다. 나루세는 이즈미에게 걸맞은 멋진 사람이 되고자 새로운 일에 몰두합니다. 그렇게 목표가 생긴 두 사람은 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결국 다정함이 다 이긴다.
나루세는 착하고 다정한 사람입니다. 작은 인연, 작은 것 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고 소중히 여깁니다. 그런 나루세의 작은 경험들이 다리가 되어 이즈미에게 이어집니다. 그 다정함이 꽁꽁 얼어 있던 이즈미의 마음을 녹입니다. 다정함은 마치 햇살 같습니다. 햇살 아래 모든 얼음은 결국 녹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엄청 울었지만, 결국 나루세의 다정함이 사랑스러워서 미소 짓게 됐습니다. 나쁜 남자, 차가운 남자가 매력적 일지는 모르지만, 결국 다정한 남자를 이길 순 없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다정한 사람이 좋은 이유입니다.
사랑은 죽을 것 같은 애절함이며 상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다고 갈망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 마음이 이 책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사진과 소설은 다양한 장소로 데려가 준다는 나루세의 말처럼, 이 소설 역시 누구나 가슴에 하나쯤 품고 있을 짝사랑의 기억으로 데려다 줍니다. 모처럼 충분히 느끼고, 생각하고, 울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저자
- 이치조 미사키
- 출판
- 모모
- 출판일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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