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1.04.20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를 소개할게요. 표지가 리뉴얼돼서 다시 나왔는데 저는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라 예전 표지에 많이 낡았더라고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읽혔단 뜻이겠죠?
SF답지 않은 SF소설
복제인간을 소재로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소설로 <타임>지 선정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은 작품입니다. 소재가 복제인간, 클론이라 흔히 생각하는 SF소설을 기대하고 본다면 꽤나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독서모임을 위해 읽은 책이라 힘들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결국 클론도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작가는 복제인간의 과학적 배경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사소한 감정과 변화를 세심하게 담았다는 것을요.
복제인간의 성장소설
복제인간이란 편견을 버리고 읽는다면 <나를 보내지 마>는 캐시와 토미, 그리고 루스의 성정 소설이자, 청춘 멜로입니다. 인간을 위해 장기기증 용으로 탄생한 복제인간들. 그들도 우정과 사랑, 시기와 질투를 느끼는 사람입니다. 복제인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낱낱이 파헤친 느낌이었습니다. 한 가닥의 희망은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라지고 그 절망감에 잠시 포효하는 게 전부였던 캐시와 토미의 사랑이 너무나 가슴 아팠는데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속으로 '도망쳐! 지금이야!'라고 외쳤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소설 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그들은 왜 도망치지 못했을까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어쩌면 복제인간인 캐시와 토미만의 문제는 아니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린 저마다의 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니까요. 불합리하고 아닌 걸 알면서도 생황을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캐시와 토미도 결국 환경에 순응하며 복제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합니다. 그 끝이 죽음일지라도 말이죠. 복제인간뿐 아니라 우리도 들었지만 듣지 못한 상태, 듣긴 했지만 아무도 진짜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불편한 진실 따위는 적당히 모른 척, 내일로 미루고 듣긴 들었지만 듣지 못한 채로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살아가죠. 그런 면에서 <나를 보내지 마>는 클론이 아닌 평범한 우이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독서모임을 통해 <나를 보내지 마>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클라라와 태양>의 저자임을 알았습니다. 몇 달 전에 재밌게 읽다가 다른 책을 읽느라 잠시 깜빡 잊고 있었던 책인데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니 <나를 보내지 마>를 다시 보게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클론과 휴머노이드라는 소재와 돌봄에 대한 얘기가 겹쳤는데요. 그래서 요즘 <클라라와 태양>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 중입니다. 좀 더 여유가 생긴다면 <나를 보내지 마>도 다시 읽어보려고요. 그땐 도 다른 느낌으로 남을 것 같거든요.
-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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