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훈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2.08.03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명장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의 내면을 묘사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인데요. 이번엔 안중근 의사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영웅이 아닌 격동의 세월을 사는 인간 안중근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담담한 필체로 담아낸 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소개할게요.
작가의 철저한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인간 안중근
유학식 교육을 받은 천주교인인 한 청년이 있습니다. 작은 키에 다부진 몸, 땅을 힘주어 디디고 걷는 그의 이름은 안중근, 세례명 도마입니다. 한 집안의 장남이자, 가장인 안중근은 국가를 위해, 더 나아가 동양의 평화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소거하기로 하는데요. 일곱 발의 탄환을 채운 총 한 자루와 백 루블의 여비를 챙긴 안중근은 우덕순과 함께 블라디보그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데 성공합니다. 그 후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의 마지막 7일까지의 이야기.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영웅 안중근의 역사적 기록이 아닌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인간 안중근은 어떤 모습일까요? 소설 <하얼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의 과업을 이룬 책
김훈 작가는 안중근의 생애를 소설로 쓰는 것을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다죠. 오래전부터 구상해 왔지만 짧고 강렬했던 안중근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할 수 없었다는데요.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2년 여름, 드디어 그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만큼 <하얼빈>은 특별한 작품입니다.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닌 젖어듦
큰 뜻을 실천하는 인간 안중근은 의외로 단순 명료했습니다. 그저 할 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움직일 뿐입니다. 우덕순과 만나 거사를 공모할 때도 별 말이 필요치 않는데요. 하얼빈에 이토가 온다, 그 사실이면 충분했습니다. 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도 알 수 있었으니까요.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그렇게요. 인륜과 교리를 어기고 이토를 암살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그를 멈추게 할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인데요. 큰 뜻을 품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의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얼빈을 읽으면서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젖어듦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젖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새 흠뻑 젖어버려 물이 저절로 뚝둑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요? 다른 이유이지만, 소설 앞부분에서 메이지가 신년 첫 접견 때 군복을 입는 이유에 대해 두려움을 못 느끼듯 느끼게 해서 흠뻑 젖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렇게 젖어든 마음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단순 명료할 수밖에요.
영웅은 신의 선택
이토가 하얼빈에 온다는 사실만 알았지 이토의 얼굴도 모르고, 정확히 몇 시 어느 역으로 도착하는지조차 몰랐던 안중근과 우덕순은 혹시 몰라 둘로 갈라집니다. 우덕순은 하얼빈 역 전 역에서 안중근은 하얼빈 역에서 대기하기로 하죠. 그리고 나머지는 신의 뜻에 맡깁니다. 우덕순은 자신에게 기회가 오길 바랐지만,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듯 신의 선택은 안중근이었습니다. 어쩌면 안중근이 아닌 우덕순을 영웅으로 기억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 걸 보면 영웅은 애당초 신의 선택을 받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수많은 경호원과 수행원을 뚫고 암살에 성공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안중근은 이렇게 답합니다.
'그것은 사람의 결심 하나로 되는 일이다. 결심이 확고하면 아무리 경호가 많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떻게 하면 그것만 바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요? 저 같은 범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듯합니다. 요즘 이런저런 잡념에 마음이 휘둘리는 날이 많은데요. 중요한 건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죠.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100%의 믿음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확고한 결심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100%의 믿음! 김훈 작가의 장편소설 <하얼빈>에서 그 마음을 확인해 보세요.
- 저자
- 김훈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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