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초엽
- 출판
- 허블
- 출판일
- 2019.06.24
개인적으로 과학소설을 좋아합니다. 애들을 키우다 육아의 길을 잃거나, 확신이 서지 않을 때면 저는 미래에 관련된 책 속에서 길을 찾곤 합니다. 어차피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살 테니까요. 기왕이면 과학이니, 미래니 하는 딱딱하고 어려운 책보다는 이야기를 접목한 과학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리나라 과학 소설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소개하겠습니다.
미래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집입니다. 작가는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능청스러우리만큼 미래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그려냅니다. 매편이 끝날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과학적 지식에 상상력을 더해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엮어가는 작가의 재주가 남다릅니다. 특히 우주시대의 신 이산 가족을 그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죽은 사람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도서관에서 분실된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딸의 이야기인 <관내분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학이 우리의 삶을 저렇게 바꿔놓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그 삶 속에서도 인간의 삶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할머니 과학자의 마지막 우주비행은 무모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인간답단 생각을 했습니다. 수치로 움직이는 AI는 절대 하지 않은 선택이니까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결국 환경만 달라질 뿐 우리의 삶은 계속됩니다. 색채 언어를 쓰는 우주의 다른 생명체를 만나도 결국 본질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김초엽 작가
김초엽 작가의 이력은 특이합니다.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과학도였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소설을 씁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SF 작가로 말입니다. 김초엽 작가는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공모전에서 필명으로 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글을 읽으며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과학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평소 저의 지론이었는데, 역시 틀리지 않았단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말에 등장하는 시인 엄마와 바리스타 아빠의 영향이었을까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일으면서 이성과 감정이 잘 어우러졌다고 느꼈는데 그 조화로움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는 융합의 시대
우리는 흔히 이과형 인간과 문과형 인간으로 나눕니다. 심지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우리 애는 문과야." "우리 애는 이과야."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부모들을 많이 봅니다. 저 역시 우리 애들을 그런 시각으로 편을 가르곤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남편이 뭐라고 하더라고요. 왜 굳이 벌써부터 편을 갈라 선입견을 만드냐는 게 남편의 지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주위 시선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너는 문과야, 라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이과 쪽은 생각도 안 해보고 무조건 문과만 고집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양분법만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까. 길을 열어두면 언제든 오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다음부터 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얘기합니다. 기왕이면 융합할 수 있도록 양쪽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세상을 바꿀 만큼 대단한 인재는 못되더라도 급변하는 세상에 그럭저럭 적응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래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할머니 과학자는 '기술의 전환은 생각보다도 급작스럽게 일어난다.' 라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래 왔습니다. 증기기관차가 발명되면서 세상은 급속하게 산업화됐습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달라진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지만, 불과 십몇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과학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다음 레벨의 채프터가 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러니 미래를 맞이하는 열린 마음으로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미래를 엿보고, 상상하고, 생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테니까요.
최근에 밀리의 서재에서 독점 오픈한 김초엽 작가의 신작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도 참 흥미로웠는데요. 역시 대단한 상상력이야! 감탄에 감탄을 이어가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흔히 미래 AI에 대해 얘기하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곧 겪을 일이니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로 대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 저자
- 김초엽
- 출판
- 허블
- 출판일
- 2019.06.24
'책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기차를 타고 떠나는 철학 여행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0) | 2022.09.14 |
---|---|
[책 리뷰] 휴머노이드가 전하는 인간다움 <작별인사> (0) | 2022.09.05 |
[책 리뷰] 이번 생은 글렀다 생각하는 당신에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0) | 2022.09.01 |
[책 리뷰] 진실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 <죽이고 싶은 아이> (0) | 2022.08.31 |
[책 리뷰] 불편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 (0) | 2022.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