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매트 헤이그
- 출판
- 인플루엔셜
- 출판일
- 2021.04.28
베스트셀러는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약을 걸어놓고 한참 잊고 있으면 어느 날 불현듯 순서가 됐으니 책을 찾아가라는 문자가 옵니다. 그때 느끼는 뜻밖의 설렘이 있습니다.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도 그랬습니다. 대기 끝번이라 예약을 걸어놓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띵동! 문자를 받고 잔뜩 설레는 마음으로 빌려온 책입니다. 요즘은 리커버리 돼서 산뜻한 색깔의 표지로 새로 나왔던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예전 커버 그대로입니다. 개인적으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더 맞는 커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왕이면 좋게 생각하는 게 좋으니까요.
삶과 죽음의 사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인공 노라는 온통 후회로 가득한 삶을 이제 그만 끝내고 싶어 합니다. 죽기 딱 좋은 시간 23시 22분, 노라는 더 이상 내일을 맞이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삶과 죽음의 중간에 위치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자정 도서관입니다. 자정 도서관에는 제목이 없는 의문의 초록색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 책 속엔 노라가 선택하지 않아 놓쳐버렸던, 어쩌면 현재 노라의 삶이 되었을지도 모를 다양한 삶들이 담겨있습니다. 노라는 사서 엘름 부인의 안내로 각각의 책을 통해 가장 완벽한 삶을 찾아 여행을 시작합니다. 노라는 객관적으로 성공한 수많은 삶을 놓쳤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될수록 노라는 현재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됩니다. 죽고 싶어 안달이던 노라가 살기 위해 기를 씁니다. 과연 노라는 완벽한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사서 엘름 부인이 노라에게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해보겠냐고 묻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입니다. 노라처럼 그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만약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가보지 못한 길에는 늘 미련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 상상을 노라를 통해 간접 체험해볼 수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꽤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양자물리학이라든가, 다중우주와 같은 개념도 등장합니다. 노라가 좋아하는 철학자 소로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책이 어렵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론에 너무 집중하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이야기도 읽고, 지식도 쌓고 일거양득, 일석이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작가의 위로와 공감
작가 매트 헤이그는 영국 출신의 동화작가 겸 소설가입니다. 작가 역시 소설 속 노라처럼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고 하는데요. 그 후로 오랜 시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우울과 싸운 끝에 전업작가로의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공감을 얻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의 대답은 "NO!"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숱한 선택들을 되짚어 보게 됐습니다. 저 역시 후회로 가득하지만, 다시 돌아간들 내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 한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노라를 통해 간접 경험해본 결과 완벽한 삶이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나의 대답은 "no!"입니다. 덕분에 지금의 '나'를 좀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나름 당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가 지금의 나일 테니까요. 그리고 저도 노라처럼 철학자 소로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혹시 이번 생은 그렀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난날의 선택을 후회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진 않나요? 무기력증에 빠져 우울한 나날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매트 헤이그의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추천합니다. 삶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작은 일에 가치를 찾다 보면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럼 지금의 내가, 나의 선택이 조금은 더 가치 있게 느껴지면서 지금의 내가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후회 대신 미래의 설렘으로 채울 수 있는 우리면 좋겠습니다.
- 저자
- 매트 헤이그
- 출판
- 인플루엔셜
- 출판일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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